그냥쓰고싶어씁니다

It's for you. Happy birthday.

늘해랑.지현 2024. 9. 10. 23:22

 
 
"엄마, 나 너무 신나. 두 밤만 자면 내 생일이야."
오늘 귀가한 아들이 신나서 말을 한다. 몇 주 전부터 아니 여름이라는 계절이 막 시작이던 때부터 아들은 쉬지 않고 자신의 생일을 어필했다. "나는 가을이 제일 좋아요. 왜냐하면 내 생일이 있잖아요." "나는 방학이 끝나는 건 좋은데, 방학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어요. 9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잖아." 그리고 드디어 이틀 뒤, 그의 생일이다.
작년에 했던 생일파티를 마지막으로 나는 친구초대 생일파티는 안해도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그는 여기 저기에 엄마인 나만 몰랐던 자신의 계획을 다 떠벌리고 다녔다. 키즈카페를 빌려(작년에 키즈파티룸을 대여했었지.) 친구를 초대할 것이라는 둥, 친구 누구와 누구와 누구는 꼭 왔으면 좋겠다는 둥. 파티를 열어줄 엄마는 생각도 않고 있는데 그렇게 자랑을 자랑을 하고 다녔더랬다. 그래서 또 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올해까지라며 못박아두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고모에게는 갖고 싶던 포켓몬 인형(내가 봐도 그 인형, 멋지긴하더라)을 지난 주말 이미 받았고, 엄마에게는 가방을 요구했으며, 아빠에게는 어느새 포켓몬 카드를 주문하게 해두었다. 대단한 녀석. 아들도 얼른 본인의 생일이 왔으면 좋겠지만 나 역시 얼른 그의 생일이 왔으면 좋겠다. 지나고 나면 일단은 올해는 끝이니까. 잠시일지언정. 
그렇지만 또 끝이 아닌 이야기. 그로부터 약 2주 후, 따님의 생일이다. 오빠의 이 호들갑을 보며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하는 숨죽인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아가씨. 이틀 뒤를 무진장 기다리고 있을 야시같은 딸래미의 호들갑이 너무 걱정된다. 삼일 뒤부터 그녀가 주인공이 될 약 2주. 2주간 시달릴 그녀의 생일 카운트다운 호들갑이 너무 두렵다. 아, 나에게 9월은 5월보다 더 두려운 달이다.
 
내 생일은. 내 선물은 누가 주나. 
딱히 생일이라는 이벤트 성 선물에 물욕이 있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평소에 갖고 싶은 거 그냥 소박하게 잘 사는 편) 가성비 물건을 더 선호하는 나는 생일날 누가 "뭐 갖고 싶어?"라고 물으면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아들딸들에게는 "엄마 좋아하는 커피 한 잔 사줘. 예쁜 글씨로 또박또박 카드나 써줘." 라고 이야기 한다. 그날은 내가 먹고싶은 거 먹자고 하고 내가 먹고 싶은 메뉴가 있는 식당으로 간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런데 아무 제약없이 누군가가 나에게 소원을 들어주듯 생일선물을 준다면, 하늘님이 정말 나에게 조건없이 어떤 것이든 준다고 한다면,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번째, 관리인이 있는 한적한 곳의 마당있는 이층집 세컨하우스의 열쇠. 말해 무엇인가. 일년치라도 좋다. '연세'라는 제도도 있잖은가. 언제든 훌쩍 떠나도 깨끗하게 관리되어있는 또 다른 우리집.
두번째는 뷰티샵 1년 플래티넘 회원권. 피부의 잡티부터 비만관리, 식단관리, 운동관리, 영양관리 그리고 패션관리까지 모두 책임져주는 나만의 플래너.
 
이건 생일선물이 아니고 그냥 로또당첨인가. 상상만으로 너무 좋다고 하기에는 상상만 할 수 있는 이 현실이 갑자기 더 슬퍼지는걸. 게다가 쓰고 보니 우리 아들딸의 과하다 생각한 호들갑과 생일선물 요구는 오히려 너무나 소박하고 귀엽고 현실적이구나. 갑자기 반성이 된다. 그래, 너희의 9월을 힘겨워하지 않고 힘내서 이겨내볼게. 너의 날이다. 너의 날이다. 너의 행복한 날이다. 무한 되뇌이며 웃는 얼굴로 받아야겠다 다짐해본다.
 
 
 

 
 
 
*이번주 그림책
3일 더 사는 선물
레미 크르종 지음 / 씨드북
 
*오늘의 주제
내가 받고 싶은 선물.
생일 선물에 관한 이야기.
 
#기승전_아들딸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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