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쓰고싶어씁니다

내 뒤의 든든한 백, 그와 그녀

늘해랑.지현 2024. 9. 4. 21:54

 
 
 
아장아장, 한발 한발 발을 내딛어본다. 한발 한발 어색한 발걸음을 얼른 옮겨 포옥 안기고픈 그 품을 향해 손을 내밀고 간다. 휘청. 채 다섯걸음을 못가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순간. '어이쿠야' 하며 나의 겨드랑이 사이에 두 손을 넣어 내가 바닥에 고꾸라지는 것을 막아준다. "우리 딸, 다섯 걸음이나 걸었네!"  나를 번쩍 들어안아 기특하다는 듯이 양 볼에 뽀뽀세례를 펼친다. 내가 넘어지지 않게 이렇게 나를 번쩍 들어올려줄 그녀가 있음을 알기에 두발로 걷는 것을 용기내 시작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 시작과 함께 나의 등을 보며 쫓아다니길 바쁠 그녀.
 
힘껏 페달을 밟아본다. "아빠, 잡고 있제? 계속 오고 있제? 손 놓은 거 아니제?" "아따, 가시나. 뭐가 그래 무섭노? 잡고 있다. 앞에 봐라. 앞에." 아마 대부분의 첫 자전거 연습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 내 뒤를 따라오는 아빠. 반드시 자전거를 잡고 있어야 하는 아빠. 그런 아빠의 말을 믿고 이번에도 역시 한발 한발 페달을 힘껏 밟아본다. 앞만 보라는 거짓말쟁이 그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밟다보면 나는 어느새 그를 저만치 내 등 뒤에 두고 혼자 자전거를 달릴 수 있는 숙련자가 되어있다. 
 
탁탁.타닥. 보글보글. 치이-익. 아침 짓는 소리에도 나는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다. 나는 밥보다 잠이 좋은 고등학생이니까. 그렇지만 등교는 해야 한다. 누워있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까지 침대와 한 몸으로 있다가 그녀가 방문을 열고 "이제 좀 일어나지?"라는 말을 전하면 그제서야 기지개를 펴고 침대를 벗어난다. 화장실로 가 얼른 씻고 나오면 식탁에 따뜻한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그 따뜻한 한상을 채 다 먹지도 않고 늦을 것 같다며 가방을 메고 뛰쳐나가는 뒷모습(BACK)을 보고 식탁정리를 시작한다. 아들딸의 하루를 생각하며 그들만의 쉐프인 그녀의 따뜻한 한 상이 채워주는 나의 배가 나의 하루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모르고.
 
신부 입장. 결혼행진곡이 울리고 마냥 해맑게 치아를 훤히 내보이며 웃는 어린 신부인나와 손을 맞잡고 버진로드를 걷는 인사한 미소의 그. 짧고도 긴 버진로드의 끝에 또 다른 어린신부의 편이 되어줄 어린 신랑이 서 있다. 신부의 든든한 뒷배였던 그는 어린신부의 새로운 뒷배가 되어줄 어린 신랑에게 나의 손을 조심스레 건넨다. 그렇게 딸의 새로운 뒷배에게 손을 넘겨준 뒤 딸의 뒷모습(BACK)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행복하길, 잘 살길, 여전히 내가 너의 뒷배임을 기억하고 있길.
 
 


 
 
*백 / 빽 : 밀어주고 보살펴주는 사람.
*뒷배 :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 또는 그런 사람.
 
그리고
*백(BACK) : 명사로는 '등', 형용사로는 '뒤쪽의'
 
 
 



 
 
* 이번주 그림책 
내가 일찍 일어났을 때
세스 피쉬맨 글 / 제식사 베글리 그림
보물창고
 
* 오늘의 주제
나의 든든한 백이 되어 주는 존재
 
 
#백과뒷배그리고BACK #영원한존재그와그녀
#새로운뒷배님도든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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