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쓰고싶어씁니다

내 이야기 수집가

늘해랑.지현 2024. 7. 9. 20:10

 

내 이야기 수집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6월 30일 이 곳에 마지막 글을 쓰고 오늘은 7월 10일이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던가. 딱히. 책은 그래도 꾸준히 읽은 것 같고, 글이라기에는 좀 부족한 듯 하지만 그래도 낙서마냥 일상의 순간을 작게나마 끄적인 것은 같고. 나쁘지는 않았다. 6월의 글쓰기 기록을 편집자 님께 다듬어 보내고 한 권만 하려던 첫 출간 부수를 3권으로 늘려보았다. 살짝 설렌다. 그래, 무슨 일이든 해 봐야 알지. 가 봐야 알지. 그러니 이제 꾸준히 한번 모아보련다. 나의 이야기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첫째,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인 루틴 두 가지. 집과 일터.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위한 샤워를 하고 두 명의 아이들 등교등원 준비를 위한 요기거리 챙기기, 씻으라고 재촉하기, 옷 던져주기, 등교등원시키기를 마치고 나면 머리카락 끝에 송글- 땀눈물이 맺힌다. 그 땀눈물을 털어내고 얼른 출근. 출근길 차 안에서 에어컨 바람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나면 다시 스물 두명의 목소리 큰 자식들을 챙기기 시작. 같이 공부도 하고 놀기도 놀고 정신없는 일과를 마치고 퇴근이라는 걸 한다. 그래도 올해는 22명의 1년짜리 자식들이 목소리만 크고 참 착하고 해맑아서 큰 직장 스트레스가 없다. 오히려 그 22명이 자식들이 혼란한 상태로 노는 걸 보고 있으면 재밌고 흐뭇하기까지 하다. 이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늘 감사하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나면 퇴근과 동시에 다시 흔히들 잘 알고 있는 육아출근. 아침에 후다닥 나가느라 어수선한 집을 대강 정리하고 저녁거리를 준비한다. 오늘의 메뉴는 무엇일까. 입 짧은 아들과 반대를 위한 반대메뉴를 하는 딸과 어떤 음식을 준비하든지 본인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알아서 잘 챙겨먹는 남편이 있는 집의 식탁은 가끔 기괴하다. 저녁 한 상에 고기국밥과 크림파스타, 그리고 라면이 함께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이 먹는 저녁식탁이다. 그리고 그날 나는 아가리어터로 산더미처럼 샐러드를 쌓아두고 먹는다. 4인 4색 저녁식탁. 하아. 뭐지? 나 늘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 전개는 매우 고달파보이는 거지? 식탁을 정리하고 아이들 씻는 걸 재촉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친다. 잠자리에 들 시간 전에 여유가 생기면 책도 읽어주고 원하는 놀이도 같이 해주고 하지만 보통은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 안타깝지만 매일 루틴이 그러하다. 9시에서 9시 30분쯤 아이들을 방에 들여놓고 나면 잠시 숨 죽이고 있다가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를 위한 시간이 마련되어 요즘 내가 하고 있는 두번째 일. 글놀이. 책읽기.

  다시 다독의 시즌이 나에게 왔나보다. 한 번 씩 이렇게 책을 마구잡이로 읽는 시기가 있는데 요즘이 딱 그 시즌인 것 같다. 예전에는 편독하며 흡입했는데 지금은 장르도 없다. 그냥 무조건 눈에 띄면 읽어버리는 느낌이다. 그림책은 물론이고 이젠 어린이 동화도 한 두권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 소설도 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의 경계가 사라졌고, 에세이도 일상에세이를 비롯하여 위로, 힐링, 글쓰기 에세이집 그냥 다 재밌고, 그림그리는 드로잉 북, 컬러링 북까지 책꽂이에 꽂히고 있다. 매일 아침 내 손에 잡히는 것이 오늘의 책. 나와 함께 출근해서 나와 함께 퇴근한다. 어쩌다 대중교통을 타는 날이면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다.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잡담도 기록하고 싶어서 한 손에는 연필도 들려있다. 나 왜 이러지?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변한 것이 낙서이다. 예전에는 책에 낙서를 하거나 밑줄을 긋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근데 요즘은? 막 긋는다. 막 쓴다. 재밌으면 재밌는 대로 작가 옆에서 함께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작가의 경험에 공감할 때는 내 이야기도 써 넣고, 나랑 생각이 다를 때는 반박도 한다. 그냥 무작정 ㅋㅋㅋㅋㅋㅋ 하며 무한 웃음을 날려놓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 공감가거나 감동받은 글귀는 공책에 옮겨쓰기도 한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하면서. 책 더럽게 읽기. 이거 은근 통쾌하다. 단 하나의 걱정은 집에 책장의 공간이 점점 부족해지는 것이다. 놓을 데가 없는데 어쩌지. 그래도 당분간은 이 책읽기(구입과 대여가 공존하고 있다)는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세번째 일. 그림 그리기.

  이건 올해 1분기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빠져있던 건데, 글놀이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조금 밀린 느낌이긴 하다. 책읽기보다 준비과정과 정리과정이 조금 더 귀찮아서 그런지 이제는 시간이 나면 책을 집어드는 것이 좀 더 쉽다. 아쉽게도 그림도구가 조금 멀어졌다. 그렇지만 완전히 놓을 수는 없는 매력적인 그림, 너란 녀석. 색연필, 수채물감, 오일파스텔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나의 글쓰기 친구로 삽화 넣기도 있는지라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욕심쟁이인가. 솔직히 말해서 그림은 아직 좀 많이 어렵긴 하다. 시작도 어렵고, 과정도 어렵고, 마무리는 더 어렵다. 무언갈 더 첨가하면 할 수록 이상해진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또 없어보인다. 아이들에게는 예술이 뭐 별거니, 점 하나 찍어도 예술이고, 내가 표현하는 것이 곧 작품이지!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면서 내 그림에는 참 자신이 없다. 그림에도 완벽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구나. 난 아직 용기있는 그림작가는 안 되는구나. 언젠간 나의 그림 영역에서도 용기를 가지게 되길.

 

  마지막으로 어쩌다 운이 좋아 타이밍이 맞아 가능하게 된 직장 내 밴드 동아리 활동.

  나의 대학시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아리 활동. 바로 어쿠스틱 밴드 동아리였다.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포옥 빠져 활동을 했던지라 농담 삼아 나는 OO과(학부전공)가 아니고 XXX과(동아리명)라고 얘기할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난 그 XXX과에서 어쿠스틱도 치고 베이스기타도 치고 했더랬다. 그런데 이번에 옮긴 직장에 직장내 동아리로 밴드부가 있는 것이다. 함께 할 팀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해서 얼른 구경을 가 보았다. 그런데 공연도 한댄다. 덜컥 베이스기타 한 곡과 보컬 한 곡을 맡아버렸다. 연습할 시간도 많이 부족하고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려있어 대학 시절만큼 완벽한 연주 및 연습은 불가능하지만 가끔 있는 합주시간이 얼마나 힐링되고 소중한지. 나의 청춘을 떠올리게 해줘서 더 그런 거겠지? 열정 한 가득이던 나의 대학 시절. 그 때보다 뇌가 굳어 악보도 안 외워지고 손가락도 굳어 빠릿빠릿 움직이지도 않지만 그래도 지금 짧게 짧게 합주하는 시간이 참 좋다. 

 

  그 외에도 이것 저것 참 깨작깨작 많이도 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내의 작은 소모임도 신청해서 원고지노트에 구절 필사도 하고 있고, 같은 카페 내의 독서 다이어리 꾸미기 소모임, 일상을 기록하는 글쓰기 소모임까지 신청해서 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글쓰기에 용기를 준 SNS 글쓰기 모임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다행인 것은 내 에너지가 이런 활동들을 다 소화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직장에서의 나의 업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나의 취미생활을 통해 나를 나로서 살게 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무언갈 내뱉는 것에서의 희열 역시 이번에 내가 느낀 기쁨 중 하나. 나는 참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다. 누가 듣고 공감해주면 더 좋고 누가 듣고 재밌다고 해주면 더 좋고. 아무 반응이 없어도 나는 계속 떠들거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신나게 떠들었다. 아직은 아무 반응없는 이 곳에서 신나게 혼잣말을 하고 있다. 지금 내가 책을 들고 책의 작가에게 낙서로 대화하고 공감하고 웃어주는 것처럼 언젠간 또 다른 누군가가 나의 이 혼잣말을 읽으며 공감하고 대답해주겠지. 나의 혼잣말에도 누군가 답해주는 그 날이 오겠지.

 

 


 

 

  오늘의 글을 곱씹어 읽어보면 읽을 수록 두서있게 쓰는 척 하는 이말저말 글이다. 부끄럽네. 이제와 고쳐쓰기도 애매하니 오늘의 글은 이렇게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놓아두련다. 오늘의 이야기 수집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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