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쓰고싶어씁니다

나의 이름은

늘해랑.지현 2024. 7. 31. 12:06

나의 이름은

만티많고만티많고만티많은 내이름


 
 
비비의 밤양갱 멜로디를 따라 오늘의 부제를 한번 흥얼거려본다.
 
초등학교 4학년 우리 반 교실에는 지현이가 네 명 있었다. 김지현, 정지현, 최지현, 황지현 이던가? 모두 여자였다. 나는 2학기에 전학온 전학생. 원래는 세 명이었을 지현이가 네 명이 된 지현이 교실. 학기 말에 갔었고 그 다음해에 우리 아파트 단지 학군으로 새 초등학교가 생겨 나는 또 바로 전학을 갔기에 그들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냥 전학을 갔는데 나 포함 네 명의 지현이가 있었던 것이 신기해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중학교 1학년, 우리 학년에는 지현이가 또 여럿 있었다. 나와 성까지 비슷했던 홍지현이는 전교 1, 2등을 다투는 남자아이었다.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우리 교실 앞에는 몇몇 아이들이 몰려와 나를 가리키며 수군댔다. "쟤가 전교 1등이래."... 그거 나 아닌데...
 
고등학교에서도 여전히 지현이는 많았다.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가 출석을 부르는데, 이번 지현이는 나 포함 3명. 박지현, 이지현, 황지현. 지현이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보통 별명으로 불리운다. 구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덩치가 매우 큰 남학생이었다. 토토로로 불렸다. 이지현은 우리반 반장이었고 머리가 좀 컸다(?). 단발머리가 얼굴을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모습이 헬맷을 쓴 거 같아 별명은 하이바(헬맷). 그리고 나는 황지.(나는 그냥 초등학교 때부터 황지였고, 그냥 내 주변의 99퍼센트의 사람들은 나를 황지라고 불렀다. 아빠, 엄마, 선생님까지도. 너무 익숙한 또 다른 내 이름이다.) 그렇게 셋은 삼년을 같은 반으로 지냈다.
 
30대.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이름이 조금 바뀌었다. OO엄마. 아이를 통해 만난 엄마들은 아이의 이름이 엄마의 이름이 된다. 나도 그렇게 불리었고, 또 내가 그들을 부를 때도 그렇게 불렀다. 조금 친해지고 나서야 이름을 묻고 휴대폰 연락처의 이름을 수정한다. 첫 아이를 낳고 만 8년이 지났더니 이제야 나를 내 이름으로 불러주는 동네 엄마들이 많이 생겼다. 
 
이 동네에서 나를 '황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지현'이라고 불러주는 이들이 많다. '지현'이라고 불려본 적이 사실 많지 않아서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어느 새 또 익숙해져 나는 '지현'이가 되었다. 그러고보면 이름이라는 것은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 단어이긴 하지만 그 이름은 나를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불러주세요. 하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황지'일 때도, 'OO엄마' 일 때도, '지현'이일 때도 나라는 사람은 그냥 같은 나였으니까.
 
 
남들이 불러주는 '나의 이름' 말고 내가 원하는 '나의 이름'을 한 번 만들어보라고? 그 이름으로 나를 모르는 새로운 세상으로 한 번 떠나보라고? 생각이 안난다. 유명인의 이름을 따라하기도 싫고, 그렇다고 새 이름이 익숙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냥 지금 내 이름이 좋다. 부모님이 아주 심사숙고 하여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가라고 지어주신 이 이름을 굳이 왜. 어떻게 불리던 나는 나니까. 부르고 싶은대로 불러주세요. 
 
지현아, 황지, OO엄마, 지현쌤 그리고 늘해랑 작가님.
 
 
 
 
 
 
 


 
 
여기서 끝내려다가 조금만 더 쓰고 멈추기로 했다. 낯선 곳에서 새 이름으로 앉아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늘해랑(Sunshine)'이라는 이름으로 외국 한적한 마을의 작은 집에 앉아 책과 글과 함께 하는 나의 모습.
 
아침에 일어나 향긋한 커피를 내린다. 커피향이 너무 좋다. 내가 이 집에서 가장 신경써 고른 다이닝룸의 커다란 원목 식탁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읽던 책을 아무렇게나 엎어놓고 방으로 간다.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나와 집 앞에 주차해 둔 내 앙증맞은 미니카를 타고 마을 식료품점에 들러 장을 본다. "Good morning, Sunshine."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동네 주민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와 건강한 점심을 차려 먹고 서재로 올라가 노트북을 켠다. 따스한 음악과 함께 하는 햇살 가득한 오후이다.
 
나쁘지 않은걸.
 
 
 
*쓰고보니 '지현'이는 E인데, '늘해랑.지현'은 i 인것 같다.
 

 
 
 

* 이번주 그림책 밤의 숲에서

임효영 글.그림.

노란상상

 

* 오늘의 주제

나에게 새로운 멋진 이름 붙여주기.

+.

이름의 의미 생각해보기.

 

 
*피비 할머니는 어떤 새 이름이 갖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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