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쓰고싶어씁니다

나의 밤의 숲에서

늘해랑.지현 2024. 8. 2. 23:39

나의 밤의 숲에서

밤의 숲에서 반짝반짝 피어오르다


 

 

딸깍, 세번째 스위치 ON. It's 늘해랑 time.

 

오늘도 첫번째 스위치를 켜 가족들과 즐겁게 제주의 일상을 보내고 스위치를 내렸다. 이제 세번째 스위치를 켜 본다. 며칠 사이 급격하게 후덥하고 습해진 제주이다. 처음 제주의 이 숙소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날씨. 8월의 여름은 또 다른가보다. 날씨가 이러니 낮에는 어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늦잠을 자고 일어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행이라기보다 제주살기의 느낌으로 제주에 온 거라 마냥 놀 수만은 없었기에 아이들 책도 한가득 미리 택배로 부쳐두었다. 9살 아들,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지금은 좀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일어나면 게임타임을 요구하기 전에 책을 먼저 읽는다. 그 시간은 아빠도 엄마도 책을 읽고, 7살 딸은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내가 정말 바라던 방학 라이프.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나면 오후에는 사실 뭘 하든 너그러워진다. 오늘의 할 일을 다 한 기분이랄까. 

그렇게 오늘 오전 평온하게 책을 읽어보았다. 제주에 가져온 책, 공항에서 구입한 책, 제주에 와서 제주책방에서 구입한 책 그리고 차량이동을 하다가 급 결제한 밀리의 서재에서의 책. 총 13권이다. 오늘 여섯번째 책을 완독했다. 아주 뿌듯하다. 무겁게 가져온 책들을 짐으로 만들지 않은 나에 대한 대견함.

 

세번째 스위치를 켠 제주의 밤. 고요하다. 눈이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어둠 속에 노트북 화면만 그리고 그 옆의 휴대폰 액정만이 밝게 빛나고 있다. 이곳이 나의 밤의 숲이다.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

숲의 어둠에 익숙해진 할머니는 이내 숲속의 많은 생명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밤의 숲에서(임효영)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 숲의 어둠에 익숙해진 나는 이내 숲속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많은 것들을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똑같은 책인데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스쳐지나갔던 문장들이 이제는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해보는 거예요.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는 대신 우선 써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한 번쯤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었으니까.

p. 139,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p.148,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그리고 그 문장들은 나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잘했어. 너는 벌써 시작했잖아. 잘 하고 있어. 그리고 이미 읽고 있잖아. 이 모든 밤의 숲에서의 너의 움직임이 파란 아침을 맞이하게 도와줄거야.' 나의 밤의 숲에는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는 용기있는 작가님들입니다. 나의 글을 진심으로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피드백도 해주는 멋진 글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어쩌다 한 번 들어와 본 이 밤의 숲에서 나는 '원래 나'였던 '나'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기분이 좋았던 댓글이 여럿 있지만 '글쓰기 속에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까지 함께 만나고 있다니.' 라는 댓글이 특히 좋았습니다.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만나고 있다고. 그러고보니 글을 쓰면서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청춘, 또 나의 초보 엄마시절을 떠올리고 그 경험으로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미래의 나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글로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정말 보물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울이 아니면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밤의 숲에서는 노트북 화면보다 휴대폰 액정보다 이렇게 내가 더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피비할머니는 밤의 숲에서 가볍게 날아오르는 새가 되었고, 나는 나의 밤의 숲에서 반짝반짝 피어오르는 반딧불이가 되었습니다.

 

오늘 세번째 스위치를 끄고 내일 진정한 아침이 밝아와 첫번째 스위치를 올리면 나는 다시 새로운 책을 집어 읽을 것입니다. 이런 나를 보고 나의 아이들도 책을 꺼내 읽을 것입니다. 나의 아이들도 이렇게 차곡차곡 몸에 기억을 남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빛을 낼지도 모를 무언가를 쌓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도 기분좋게 세번째 스위치를 내려봅니다. 

 

딸깍. 세번째 스위치 OFF.

 

 

 

 

 

 

 

* 이번주 그림책 밤의 숲에서

임효영 글.그림.

노란상상

 

* 오늘의 주제

자유롭게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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