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쓰고싶어씁니다

길을 잃지 않는 법, 멈추지 않기.

늘해랑.지현 2024. 6. 3. 22:43



길을 잃지 않는 법, 멈추지 않기.

하고 싶어서 해보는, 일단 해보는, 그냥 해보는 일.


 

 

 

 

 

 

오늘 나는 또 해본다.

일단 그냥 하고싶으니까 해본다.

 

 

 

 

 


 

 

 

남자들의 군대 에피소드처럼

우리 집에는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네살인가 다섯살인가에 있었던 일이다.

 

외가집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난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다.

엄마와 아빠는 할머니에게 나를 맡겨두고 일을 보러 가셨고

외할머니는 작은 이모에게 자는 나를 맡기고 장을 보러 가셨고

마침 작은 이모는 집 근처 슈퍼에 나갔는지 잠시 집을 비웠더랬다.

 

그 사이 일어난 나는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야무지게 나의 집에 가겠다며 집을 나섰다.

 

나름 똘똘했던 어린 나는 아빠 차를 타고 왔던 길을 떠올리며 집을 향해 걸어갔다.

 

이렇게 쓰고보면 뭐 같은 동네 어디인가에 우리집과 할머니 집이 있겠거니 하겠지만

그 당시 외할머니집은 부산 사하구 괴정동, 우리집은 부산 남구 용호동

자그마치 15km, 도보 4시간이 넘는 거리이다(현재 네이버 길찾기 기준)

 

 

횡단보도도 여러개, 사거리도 여러개, 겁도 없었나보다.

발견된 지점을 생각하면 나는 집에 가는 길을 꽤 잘 찾아 돌아가고 있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지점이 있다.

터널을 지났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터널을 지나 내려왔는데 오.거.리. 

어디로 가야할 지 길을 잃고 당황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멈추었다.

 

울었을까?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가 달래 근처 파출소에 나를 데려다 주셨다고 한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겠지.

자고 있던 아이가 집에 와보니 사라졌다.

그 때 우리 가족들의 마음은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상상해볼 수 조차 없다.

트럭을 빌려 확성기에 대고 나의 인상착의를 외치며 동네 곳곳을 다녔다는 외할머니와 작은 이모.

내가 없어졌단 연락을 받고 혹시나 집에 전화가 올까 집으로 가고 있던 부모님.

 

 

아무튼 파출소에 있던 똘똘했던 나는

놀랐던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기억하고 있던 전화번호들을 경찰 아저씨에게 말해주었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게 나의 인생에서 처음 길을 잃었던 때이다.

 

 

 

그 이후에 나는 길을 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리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없을리 없지만 나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잠시 잘못 갔다 나왔거나, 시간이 더 걸려 돌아갔다 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멈추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을 때,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을 때,

나는 그냥 했던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으면 일단 보이는 곳으로 가보았고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을 땐 그 순간 할 수 있는 걸 해보았던 것 같다.

 

가보면 알겠지, 해보면 알겠지. 

잘 못 가면 돌아오면 되지, 아니면 그 길을 그냥 맞는 길로 만들면 되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면 되지, 아닌 걸 알았으니 다시 안하면 되지

단순하고 긍정적이고 무모한 저지름

그게 내가 길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었던 나만의 길찾는 법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늘 나는 또 그냥 해본다.

일단 해본다. 하고싶으니까 멈춰있지 않고 그냥 해본다.

 

 

일단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글쓰기'라는 새로운 길을 시작해본다.

 

새로운 이 길 위에서 내 인생의 즐거움이 또 채워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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