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불신 그 사이 어딘가
내 뒤를 따르는 따스한 검은 그림자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시킨 첫 심부름,
아파트 상가에 있는 무인편의점에서 각자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한 것.
그 당시 8살, 6살 사이좋은 남매에게 주어졌던 미션은
엄마아빠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인 집 앞 상가까지 걸어가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골라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기를 누르고 카드를 꽂았다가 뺀 후,
아이스크림과 카드를 잘 챙겨서
다시 둘이 손을 꼭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되는 것이었다.
첫 미션의 설렘과 함께 동생도 잘 챙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출발하는 오빠와
마냥 오빠 손 잡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둘째
그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
하지만 그 짧은 거리도 살짝은 불안했던 아이들의 첫 심부름
1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창밖으로 향하는 엄마아빠 시선
언제 나타나나
평소에는 금방이던 1층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왜이렇게 굼뜬지
보일 때가 됐는데 왜 안보이는 거야 하는 순간
나타나는 두 실루엣
손을 꼭 잡고 주황색 간판의 무인편의점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귀엽다며 깔깔대며 웃는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
가게에서 나오는 조그만 두 실루엣을 발견하고
우리 동 건물로 들어오는 걸 보고
엘리베이터 1층에서 올라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얼른 집으로 들어가
아무렇지 않게 할 일을 하고 있었던 척을 한다.
"엄마~~~~ 아빠!!!!!! 다녀왔습니다!!!!"
"갔는데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없어서~~~
옵빠가아~~~"
조잘조잘 재잘재잘 귀여운 아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첫 미션의 성공을 축하해주었다.
그네들은 엄마아빠가 쫓던 검은 눈길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나의 첫 심부름도 그랬을 것 같다.
엄마아빠가 시킨 작은 심부름
슈퍼가 좀 멀긴 했다.
그렇지만 할 수 있을 거랬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내 뒤에 검은 그림자가 따라오는 줄도 모르고
휙?
저 앞에 슈퍼가 보인다.
휙? 돌아본다.
이상하네. 슈퍼로 들어간다.
물건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 계산을 한다.
슈퍼 밖을 휙! 쳐다본다.
후다닥???
뭐지...
뭐, 집으로 간다.
딩동~ 다녀왔습니다.
어~ 우리딸 잘 갔다 왔나? 다 사왔나? 잔돈은?
여기요~
우와~ 대단하네! 잘했다!
뭔가 이상하다. 엄마아빠가 외투를 입고 있다.
아 몰라,
나 오늘 좀 대단했는걸?

이것은 아이를 믿는 것일까 못 믿는것일까
믿지만 못믿는 것이지, 뭐.
뭐가 됐든
무엇이든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있다.
절.대.로. 들키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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