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하나씩 쓸 수 있는 것
'아무튼, 어느 하나'를 쓰고 싶다
오늘도 무작정 그냥 쓰고 싶어서 책상 앞에 앉았다. 생각 없이 앉았더니 진짜 생각이 안난다. 휴대폰에 메모해둔 것들도 의미없이 열었다 닫아보고 낮에 읽었던 책도 휘리릭 넘겨본다. 그러다 인덱스가 붙어있는 한 페이지에서 책바람이 멈췄다.
그 페이지의 에피소드를 읽을 때 끄적였던 나의 낙서가 보였다. 작가가 인용한 작품의 줄거리를 읽고는 기억 저편의 소설이자 한 영화가 다시 머릿 속에 반짝 떠올라. '아, 맞아. 이런 소설이 있었는데. 영화도 있었어.' 하며 놀라워했다. 정말 까맣게 잊혀져있던 그 작품이 내 머릿 속에 '그 때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 라는 생각으로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세세한 모든 내용이 기억나진 않았지만 정말 새까맣게 잊혀져있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이 또 재미있어서 책 한켠에 낙서를 했었다. 그러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책을 읽던 과거의 내가 어렴풋이 번져 내 앞에 나타났다. 책은 참 많이 읽었지만 소설로만 읽던 독서편식의 시기였고, 또 작가편식도 있던 시기였다. 그 때 나의 원픽 작가는 누가 뭐래도 '히가시노 게이고'. 서점에 갔는데 내가 못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있으면 설레하며 구입해 읽었다. 나의 책장 한 코너를 그의 작품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그 때의 나라면 하루에 한 권씩 히가시노 게이코 소설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었으리라.
며칠 전에 내가 정말 재밌게 읽고 덮었던 책이 있다. 띵 시리즈_해장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다. 제목부터 내 취향이라 아껴두었다가 읽기 시작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술과 해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술과 해장에 대한 본인의 취향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전문적인(?) 지식도 술술이다. 게다가 술과 해장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독자에게도 위트있게 다가가는(그런 독자 중 한 명인 내 기준에) 그래서 또 존경심(?)마저 드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여기에 또 요즘 눈에 들어오는 '아무튼, _______' 시리즈. 이 시리즈 역시 내가 읽은 '띵 시리즈'처럼 작가가 본인이 깊이있게 빠져있는 '아무튼, 어느 하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인 듯 하다. 아쉽게도 아직 눈에 확 들어오는 주제를 만나지 못해 어느 한 권도 읽어보지는 못했다.
아.무.튼. 내가 만약 이 '띵_시리즈'나 '아무튼_시리즈'의 작가가 된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주제로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현재 어떤 것에 최대 관심을 두고 있으며 어떤 것을 이야기할 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어떤 것을 매일 꾸준히 쓸 수 있을까? 소녀시절의 나는 '아무튼, god'(아니 이건 무조건일까)였고, 어떤 때의 나는 '아무튼, 히가시노 게이고'이었고, 한동안은 '아무튼, 드라마'였고, 또 다른 시절의 나는 오래토록 '아무튼,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으며, 또 어느 해의 나는 '아무튼, 백종원 요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띵~!' 하고 떠오르는 것이 아직은 없다. 긴 호흡의 글쓰기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나의 아무튼'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하나. 절대 조급해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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