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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입추라고?

늘해랑.지현 2024. 8. 7. 01:03

뭐라고? 입추라고?

해님, 내일은 조금만 덜 뜨겁게 부탁해요


 
오늘 우리 집의 여름휴가가 끝이 났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빙글빙글 입차하며 '역시 우리집이 최고지?' 하고 아이들과 여행을 무사히 마쳤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트렁크에서 무거운 짐을 꺼내 끌고 집으로 들어와 신발장에 들어오는 그 잠깐의 시간에 나는 여름의 무더위에 땀이라는 눈물을 흘렸다. 아주 온몸으로 오열을 했다. 그런데 신랑이 말하길 내일이 '입추'란다. 뭐라고? 추?? 내가 아는 그 가을 추(秋)??? 온몸으로 울던 나는 갑자기 온몸으로 뜨겁게 화(火)까지 났다.
 
우리 나라는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나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맛을 알차게 느낄 수 있다.(이제는 있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 아직은 있는 것으로 하자.) 사람들은 대부분 3,4,5월을 봄, 6,7,8월을 여름, 9,10,11월을 가을, 12,1,2월을 겨울로 계절을 나누어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가끔 접했던 절기의 단어들은 '아, 그렇구나. 지금이 그 시기구나.' 하고 무심결에 넘겼었다. '입춘'이라는 말이 들리면 '어? 입춘이래, 대길을 기원하자. 곧 봄이 온대.' 하고 봄을 기다렸고, '경칩'이라는 단어가 들리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절기가 경칩이었지? 정말 봄이 오려나봐.' 하고 아는 척 하며 매서웠던 겨울추위가 사라지는 것에 반가워했다. '하지'라고 하면 '오늘이 일년 중 해가 제일 길다던 그 날이구나.' 하고 넘겼고, 그리고 한참 후 '동지'라는 단어를 듣고 오늘은 팥죽을 먹어야겠다며 프랜차이즈 죽집에서 팥죽을 포장해갈까 고민하는 정도였다. 나는 딱 그정도였다.
 
입추(立秋), 가을의 시작. 뭐라고? 오늘은 그 단어에 화가 났다.(짐정리할 생각에 그 구실이었을까?) 이 한증막의 더위에 무슨 가을이냐며. 내가 좋아하는 가을의 날씨는 이게 아닌데 대체 뭐라는 거야. 봄을 기다리며 한 해의 대길을 기대했던 여전히 겨울의 기온이었을 입춘 때와 달리 내일의 입추는 '곧 가을이 온대.' 하고 가을을 기대하기에는, 지금의 이 기온은 나에게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더위를 못참고 유독 땀이 많은 나만 그런걸지도). 아무튼 그렇게 '입추'와 '절기'에 대해 검색창을 열어보게 되었다.
 
절기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태양의 황경에 따라 15도로 24등분한 계절의 천문학적 구분 방법이다. 그런데 사실 이 기준은 중국 화북지방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 나라와의 위도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2024년 올해 기준으로 입춘立春은 2월 4일, 입하立夏는 5월 5일, 입추立秋는 8월 7일, 입동立冬은 11월 7일이다. 우리의 심리적 계절의 시작인 3,6,9,12월과 약 한달 가량 차이가 난다. 아 그렇구나. 원래 이렇게 한달씩 정도 차이가 났던 거였구나. 그러고 보면 입추는 언제나 8월 7~8일 경이었을텐데 왜 나는 올해 그 단어에 화가 났던걸까?(정말 짐정리를 앞두고 그랬던건가.) 사실 예전에는 입추가 8월 초에 있는 줄 몰랐다. 무지가 나를 편안케 했나보다. 아는 것이 힘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된 것인가. 또 피식 웃음이 난다. 이렇게 또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다보니 화가 풀린다. 에어컨 바람이 또 나를 식혀주니 화(火)도 가라앉는다. 그래, 화를 내어서 무엇하나,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닐리리야, 닐리리야. 이렇게 또 하나의 지식을 쌓고 글감을 얻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곧 올 가을을, 곧 볼 수 있을 고운 단풍을 기대해본다.
 
 
그러니 해님. 내일은 입추라니까 조금만 덜 뜨겁게 떠올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