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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이해, 존중.

늘해랑.지현 2024. 8. 6. 01:45

타인의 취향, 이해, 존중.

당신을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13박 14일의 긴긴 제주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그 중 7박을 꼬박 나의 엄마아빠도 함께 지냈다. 제주 이층집에서 보낸 삼대의 여름휴가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믹스커피 한잔을 타 들고 마당에 앉아 여유를 즐긴다. 그 사이 일어나 1층으로 내려온 엄마는 핸드드립을 내려 모닝 커피향을 만끽한다. 그리고 느즈막히 일어난 아이들의 시간에 맞추어 간단한 아침 요기를 한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각자의 시간(이때는 뭔가 과제해결의 시간?). 살짝 출출해질 즈음에 점심을 먹고나면 또 각자의 시간(이 때는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노는 시간). 해가 기울며 조금은 지루해지는 시간이 되면 제주의 더운 한 여름 기온도 조금 누그러든다. 근처에 갈 곳은 없나 찾아보고 외출을 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마트나 시장 나들이를 다녀온다. 그렇게 밖에서 사온 음식과 냉장고의 음식을 털어 거하게 저녁식사를 한다. 이제는 나갈 일이 없으니 반주와 함께한다. 과하게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파리 올림픽 경기를 시청한다. 휴가지에서의 밤이라 아이들의 수면시간에는 매우 너그럽다. 그렇게 잠이 들고 내일 아침이 되면 또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이렇게 매일을 보내면서 조금씩 변하는 것이 있었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고 인정하기.
 
개인의 취미 생활 존중하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점점 방해하지 않게 되었다.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모두가 자기의 시간을 즐겼다. 여행이지만 일상이었고 일상이지만 휴가였기에, 해야 할 일도 있었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했다. 아이들은 가지고 온 숙제를, 어른들도 본인이 정한 휴가의 목표를 채우는 시간을 가졌고, 그 시간이 끝나면 본인이 이 여행지에서 온전히 누리고자 했던 본인의 취미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독서, 게임, 드로잉, 글쓰기, 영상 시청 등을 마당에서, 거실 소파에서, 방 침대에서, 2층 다락의자에서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무엇인가를 함께 하려고 애를 쓰지 않고도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또 재밌었던 건 개인의 음식 취향 존중하기. 할 수 있는 선에서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먹었다. 여행 막바지의 식탁은 통일성 따위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이 괴이한 식탁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각자의 앞그릇에 집중했다. 취사가 가능한 열흘살이 숙소이다보니 첫날 봐온 식재료 및 밖에서 포장해온 음식들이 찔끔찔끔 남아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오늘 우리 집의 아침 식탁은 정말 재밌었다. 할아버지는 김치와 콩국수, 할머니와 아빠는 알리오올리오라고 부른 햄토핑갈릭오일파스타, 손자는 조미김, 햄에 밥. 손녀는 생크림케이크 그리고 엄마는 모든 음식을 한 젓가락씩 다 먹기. 하지만 모두 같은 시간에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 밤이라며 야식 테이블을 차렸을 때도. 할아버지는 제주 막걸리에 아강발, 할머니와 아빠는 맥주에 버터구이 오징어, 손자는 한라봉주스에 과자파티, 손녀는 얼음물에 과자파티 그리고 엄마는 땅콩막걸리에 모든 안주 다 맛보기. 각자 취향껏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잘 골라 함께 잘 먹었다.
 
취향趣向. 하고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이 작은 숙소에서의 일주일 동안 우리 가족은 서로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한 듯 하다. 그리고 이해利害존중尊重. 서로가 각자의 시간에 몰두하는 것을 보며 '아빠는, 엄마는, 우리 사위는, 우리 손주들은 이러한 활동을 좋아하는구나.'를 깨달았고, 괴이한 식탁 앞에 앉아 함께 식사를 즐기면서 '아버님은, 장모님은, 우리 아이들은 이런 음식을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구나.'를 제대로 파악하게 되었다. '뭘 이런 이상한 조합을 좋아해.' 가 아닌 '당신은 이렇게 먹는 맛을 즐기는군요.'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이번 여행은 대성공이 아니었을까. 이 여행이 내일이면 끝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니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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