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미용실에 가서 가슴언저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정말 내 생에 처음하는 머리스타일이다.
숏컷
짧은 단발 정도는 해보았지만
정말 이런 숏컷트는 처음이다.
"잘 어울린다. 너 아닌 줄 알았어. 훨씬 상큼해보이네."
면전에 대놓고 안어울린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다들 괜찮다고 해주어서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너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이런 반응도 있었다.
맞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무언갈 시작하는데 크게 겁이 없다.
일단 지르고 본다.
그게 죽는 게 아니라면
머리카락이야 또 기르겠지
내가 두려워하는 건 뭘까?
내가 겁이 나서 망설이며 뛰어 넘지 못하는 건 뭐가 있을까?
이게 좀 무섭나? 하고 하나를 생각하면
아니야, 이건 이런데, 괜찮은데?
또 다른 걸 생각하면
뭐 이건 이렇게 생각하면 되잖아.
이렇게 하나하나 떠올리다가 순간 너무 무서운 생각을 해버렸다.
소중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몇 년 전,
아침에 일을 시작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랜만의 전화라 반갑게 받았는데
친구가 덜덜 떨며 말을 했다.
"엄마가....엄마가....."
그 말만 듣고도 눈물이 났다.
전화를 끊고도 손이 떨리고 몸이 떨리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일을 끝마치고 친구에게 달려갔다.
오히려 덤덤해하는 친구를 꼭 안아주었고
곧이어 터진 울음을 달래주며 손을 잡아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친구의 슬픔에 공감...?
말도 안되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그 슬픔의 1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테다.
두려워하는 순간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그 때가 떠올랐고
너무 무서워졌다.
나는 성인이 되어 아직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이 없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연습을 해 본 적이 없다.
큰일이다.
생각이 멈춰버렸다.
멈춰야겠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래,
내가 두려워하는 다른 것이 있었다.
나는 바퀴벌레를 싫어한다.
살아있는 바퀴벌레는 나타났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소름이 오소소 돋고
죽은 바퀴벌레가 있다면 근처 30미터는 족히 떨어져서 쳐다도 보지 못한다.
내가 가야할 길에 그것의 형태가 있다면
남녀노소 구분없이 부탁을 한다. 제발 저것좀 내 시야에서 사라지게 해달라고
지난주에 출근했는데
내가 들어가야하는 문앞에 바퀴벌레 시체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대로 유턴
누군가가 그 앞을 지나갈 때까지 나는 나의 공간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보다 25년이나 덜 산 어린이에게 제발 좀 치워달라 부탁했다.
심지어 도감에 있는 사진도 보지 못해 우리 아이들은 그걸로 나를 놀리기까지 한다.
그냥 이제 '바퀴벌레'는 나에게 어떠한 하나의 대명사가 되었다.
나는 보지도 못하는 것,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만 극복할 수 있는 것.
나는 앞으로도 바퀴벌레라는 존재와 마주할 생각이 없다.
그냥 도움을 받을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기겁을 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것이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나는 바퀴벌레라는 존재를 뛰어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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