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쓰고싶어씁니다

바늘아이, 귀 빠진 날

늘해랑.지현 2024. 6. 21. 00:09

 
 
 
옛날 옛적 바느질 마을에 바늘부부가 살았어요.
 
이 바늘 부부는 금슬이 얼마나 좋은지
바늘 한 쌈이나 되는 자식을 숨풍숨풍 낳았답니다.
 
자식 교육은 또 얼마나 잘 시켰게요.
 
첫째 딸 대바늘은 포슬포슬 털실친구들과 어울려 마을의 목도리 길을 깔아주고요,
둘때 코바늘 딸래미는 까실까실 털칠 친구들과 함께
사과딸기포도 수세미 가득한 과수원도 꾸려갔어요.
튼튼한 돗바늘 셋째 아들은 힘이 세서 두꺼운 가죽들도 잘 뚫어꿰메어 마을의 벽도 튼튼하게 세워줬어요.
 
다른 동생 바늘들도 형제자매들과 함께 마을 곳곳에서 
퀼트정원도 꾸미고 십자수 벽화거리도 조성하고 할일이 무척이나 많았답니다.
아! 단추아이들을 돌보아주는 것도 물론 바늘아이들의 몫이었어요.
 
이렇게 바느질 마을 곳곳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답니다.
 
그것 뿐인 줄 아세요?
다른 마을로 취직도 잘했어요.
넓은 세상으로 나가 큰 바늘이 되겠다며 떠난 바늘아이들도 있어요.
 
바닷가 마을로 떠나 낚시바늘이 되어 물고기도 잘 잡구요.
나이팅게일 마을로 떠나 주사바늘이 되어 아픈 사람도 잘 고쳐주었대요.
심지어
시계마을로 떠나 시계바늘이 된 바늘아이도 있어요.
사실 이 시계바늘이는 쌍둥이인데요, 다른 쌍둥이 바늘은 뭐가 됐는지 아세요?
바로 저울눈금바늘이가 되었답니다. 정말 같은 듯 다른 쌍둥이 바늘아이죠?
 
 
그런데 막내 바늘아이는 조금 특별했어요.
막내바늘 아이를 낳고 바늘부부는 깜짝 놀랐답니다.
귀가 없었거든요.
이리보고 저리봐도 있어야할 바늘귀가 없는 막둥이 바늘아이었어요.
엄마바늘과 아빠바늘은 갓 태어난 막둥이 바늘아이를 보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막둥이 바늘아이는
어떻게 자라날까. 무슨 일을 해야할까. 실친구들을 사귈 수는 있을까.
그런 이런 저런 고민을 뒤로 한 채
귀가 없는 막둥이 바늘아이는 잘 자라났답니다.
엄마아빠바늘과 형누나바늘들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았지요.
하지만 막둥이 바늘아이도 자라나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왜 귀가 없을까?
나는 왜 실친구들과 함께 놀 수 없을까?
 
막둥이 바늘아이는 바느질 마을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어요.
 
엄마아빠도 형누나들도 걱정했지만
막둥이 바늘아이는 굳은 결심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막둥이 바늘아이가 만난 세상은 너무나 신기했어요.
비슷한 친구들도 많이 많났답니다.
 
고슴도치의 가시 친구들과도 만나 함께 고슴도치 가시가 되어보기도 하고,
장미덩쿨에 숨어 장미의 가시친구들과도 놀아봤어요.
달짝지근 밤을 안고있는 밤송이 옆에서도 조잘조잘 세상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신나는 여행이었지만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막둥이 바늘아이는 작은 도랑에 도착했어요.
아주 캄캄하고 어두운 도랑이라 조금은 무서웠지만 막둥이 바늘아이는 너무 지쳤나봐요.
도랑 한 켠에 편안히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에 누워 잠시 잠이 들었어요.
 
어랏?
누군가 막둥이 바늘아이를 집어들었어요.
그리고는 쌩쌩 달리기 시작했어요.
숲으로 달려가요.
토끼, 너구리, 다람쥐가 뛰어나와 같이 달리고
새들도 따라 날아요.
하늘로 하늘로 높이높이 오르더니 숲의 꼭대기에 도착했어요.
 
막둥이 바늘아이는 자기를 숲의 꼭대기에 데리고 온 누군가에게 콕콕~ 인사했어요.
노란 옷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는 귀여운 아이였어요.
 
그때
"윤아~" 라는 큰 소리가 들렸어요.
화들짝 놀란 아이는 막둥이 바늘아이를 놓치곤 그대로 돌아가버렸어요.
 
숲의 꼭대기에서 쿵 하고 떨어진 막둥이 바늘아이는 단단한 숲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어요.
 
"아얏"
부딪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어서는데...
쑤욱, 움푹?
마침 근처에서 작은 개울이 있어서 얼른 달려가본 막둥이 바늘아이는 깜짝 놀랐어요.
 
개울물에 비추어진 자기의 머리에 뿅 하고 구멍이 뚫려있는게 아니겠어요?
 
우와,
오늘은 막둥이 바늘아이의 귀빠진 날이에요.
막둥이 바늘아이는 신나는 모험이야기를 가득 가지고 바느질 마을로 돌아가는 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