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스러운 하루
뭐 어때? 어제는 열심히 살았잖아
아침에 눈을 떴다.
밤새 켜놓은 에어컨 덕에 집안 공기는 쾌적하다. 아이들도 밤새 잘 잤는지 기분 좋게 일어나 둘이서 꺄르르 꺄르르 놀고있고, 신랑도 일어나 소파 붙박이로 아이들 옆에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 물어본다. "아침 뭐먹을래?" 여전히 밥부터 신경쓰는 엄마다. 엄마와 달리 음식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별 생각이 없다. 또 그냥 식빵에 딸기잼이다. 식빵 없는데. 왠일인지 신랑이 엉덩이가 가볍다. "얼른 가서 사올게." 뭐지? 궁디팡팡 해주고 싶게. 정말 얼른 다녀온 빵집 식빵으로 아침까지 마무리지어준다. 고맙게. 내가 할 일이 사라졌다. 다시 침대로 가 누워본다. 나른하다. 좀 더 자볼까?
눈을 떴다.
12시가 넘었다. 잠깐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이렇게 오래 잤다고? 오전이 통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전혀 아쉽지 않다. 오전을 버렸지만 버리지 않았다. 나는 사치했다. 그렇게 사치스럽게 오전을 보내고 나니 오늘이 쉬워졌다. 오늘은 사치스러운 하루를 보내보자. 다시 침대에 누웠다. 휴대폰을 쥐고 뒹굴거린다. 여전히 에어컨은 빵빵하다. "엄마, 이거 해줘요." "어~ 오늘은 니가해." "엄마, 이거 어디있어요?" "어~ 거기, 거기 보면 있어." 평소같으면 벌떡 일어나 처리해줬을 민원들을 오늘은 처리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을 사치를 부려본다.
다른 이들은 어떤 소소한 사치를 부리는지 궁금하지만 오늘 나는 침대붙박이의 사치를 온전히 누려보고자 한다.
고로,
저녁도 배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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