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일요일 오전
내 주말은 내가 만드는 거야
아이들은 할머니집으로 떠나버리고 신랑은 본인의 개인 일정을 소화하러 간다고 한 주말. 이 하루도 사치스럽게 버려볼까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 보고 결정하자 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 6시 40분 알람.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에게는 일요일 6시 40분은 꼭두새벽이다. 그렇지만 일어났다. 오늘은 무엇인가는 하고 싶었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다시 펼쳐보고 싶었다. 노트북과 읽을 책 3권, 필사노트를 챙기고 혹시 몰라 그림도구도 챙기고 (차를 타고 가니 무거워도 괜찮다.) 이것저것 가방에 밀어넣고 출발했다. 신랑의 목적지 근처에 9시 30분에 오픈한다는 북카페가 있다는 걸 어제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으므로. 가야지. 평소에 갈 일이 전혀 없는 동네이기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그냥 모르는 곳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마음이 동할 때 가야 했다.
도착했을 때는 아직 카페 오픈 전이라 조금 기다렸다 시간 맞추어 카페로 갔다. 그런데 굳게 닫힌 문. 열기는 하는 걸까? 무거운 가방에 더운 날씨에 이걸 어쩌나 싶었다. 근처 카페는 오픈 시간이 더 한참 남아있었고, 보이는 곳은 'M커피'. 우리 집 앞에도 있는 가맹점 커피집. 이 곳을 가기 위해 내가 꼭두새벽부터 기상하여 왔단 말인가.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사장님을 귀찮게 하긴 싫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전화를 했다. 오늘은 쉬신다시면 신랑에게 돌아가거나 M커피집을 가야겠지.
나는 지금 사장님과 단둘이 카페에 앉아있다.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시그니처 '망고크림커피'를 홀짝이며, 책도 읽고 이렇게 오늘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문이 열리지 않는 카페를 보고 그대로 신랑에게 돌아갔더라면 쓸데없이 챙겼던 무거운 가방에,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느끼지 않아도 됐을 무더위에 짜증을 냈을 것이고, 무엇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오지도 않을 동네에 왔냐며 신랑에게 나의 감정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래, 그랬을 것이다. 그는 굳이 나에게 같이 가자고 권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굳게 닫힌 문을 한 번 더 두드린 한시간 전의 나야, 잘했다.
오늘은 읽고 싶었고 쓰고 싶었다. 그래서 아득바득 일어나 따가운 눈을 여러번 깜빡이며 정신을 차렸고 낯선 동네에 왔다. 그리고 찜해뒀던 카페에 왔고 책을 읽었고 글을 쓰고 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나의 오늘은 성공했다. 그런데 아직 오전 11시이다. 오늘 하루가 저물 때에도 오늘이 성공한 하루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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