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쓰고싶어씁니다

읽고 쓰는 생활

늘해랑.지현 2024. 8. 15. 23:57

읽고 쓰는 생활

읽고 쓰는 생활이 일상이 되기를


 

 

잠만 자던 침실에 나의 작은 공간이 생겼다. 쓰지 않는 식탁 벤치 의자를 벽에 붙여 이것 저것 올려두던 곳인데, 어느 순간 내가 읽은, 읽던, 읽을 책들이 세워지고 그 옆으로 노트북이 놓였다. 책상 아닌 의자인데 책상이 되었다. 2~3권 갈 곳 잃은 책이 누워있던 공간에 어느덧 책장처럼 책이 줄줄이 서서 여기는 책장이라며 자기의 존재감을 돋보이고 있다. 그림책부터 소설, 에세이, 인문서까지. 침대 머리에는 독서등이 생겼고, 소파에는 읽던 책이 널부러져 있다. 외출했을 때 가지고 나간 책이 없으면 핸드폰 어플을 켜서 어플독서를 이어간다. 에세이를 읽다가 조금 지겨워지면 책을 덮고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던 소설책을 읽는다. 위기감이 절정에 달했는데 덮어야만 하는 순간이 되면 뒤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지만 얼른 다녀와 이어 읽으리라 다짐하며 책을 덮는다. 그리고 어떤 서점이던 보이면 들어가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른다. 아직 안 읽은 책이 한참이지만 왠지 그곳에서 또 다른 보물을 찾을 것만 같다. 

이렇게 글로 쓰고 보면 '얘 뭐야? 책에 미쳤어?' 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웃긴 건 그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 하루에 책 읽는 시간은 2시간이 채 안 되는 것 같다. 24시간 중 2시간만 깔짝깔짝 책을 읽는데, 읽는 생활이라니. 진짜 책에 파묻혀 사는 사람이 보면 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애송이일테다. 책 읽는 애송이. 애송이의 책 사랑. 가소롭기 그지없다. 

그래도 나는 요즘 읽는 생활을 하는 중이라며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다. 좋아하는 소설의 장르가 아니었던 공상과학 SF소설도 꽤나 재미있어 하고, 그냥 자기 일상을 얘기하며 당연한 것들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던 에세이에 매우 빠져들고 있다. 아, 그리고 어릴 때 멋모르고 읽기만 했던 명작 소설들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지금 읽으면 어떤 게 다르게 와닿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첫 도서로 선택한 책은 [빨간머리 앤]. e를 꼭 붙여서 기억해야 하는 우리의 말괄량이 앤이 이렇게 표현을 다채롭게 하는 아이였는지, 그 표현을 다 그려가며 그녀를 따라가려면 책 한장을 제 시간에 넘기기가 힘든 그런 책인지 예전엔 몰랐다. 그녀와 대화할 시간이, 그녀와 그녀의 상상의 세계를 함께 할 생각에 천천히 그녀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다음 책도 벌써 골라두었다. 바로 [작은 아씨들]이다. 분명히 학창시절 다 나를 스쳐갔을 책들이지만 다시 읽었을 때의 새로운 기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있다. [모모],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또 어릴 때도 너무 어려워서 제목만 봐도 이걸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살짝 도전의식이다 싶은 [데미안]까지. 

여름이 끝나간다. 올 여름 나의 최대 키워드는 바로 '책'과 '글'이었다. 쓰다보니 약 50편의 짧고 긴 글을 썼고, 읽다보니 약 2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여름이 끝나도, 계절이 바뀌고 추운 겨울이 되었을 때,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이 나의 일상이 되어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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